운영을 기반으로 경영으로 넘어간 자영업자의 실제 과정
경영이 강조되는 시대, 하지만 순서가 있다.
요즘 자영업 관련 콘텐츠를 보면 ‘경영의 중요성’이 자주 언급된다. 원가율, 인건비, 상권 분석, 메뉴 구조 등 다양한 경영 지표들이 강조된다. 현재의 자영업 환경을 고려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현장에서 느낀 현실은 조금 다르다. 운영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경영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영은 판단의 영역이지만, 그 판단은 반드시 안정적인 운영을 기반으로 해야 의미를 가진다.
자영업에서 말하는 운영의 영역
운영은 오늘 가게가 문제없이 돌아가게 만드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장사의 지속성을 좌우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운영에는 다음과 같은 영역이 포함된다.
- 주방과 홀의 동선 및 역할 분리
- 메뉴의 표준화와 품질 유지
- 직원 교체 시에도 유지되는 업무 흐름
- 발주 및 재고 관리
- 하루 매출 흐름의 예측 가능성
이 중 하나라도 불안정하면, 매출과 비용 구조는 쉽게 흔들린다.
예를 들자면 주방과 홀의 동선이 꼬여 있다면 그만큼 손님은 음식을 늦게 먹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따뜻한 음식의 경우 식어서 나갈 거이고, 차가운 음식의 경우는 미지근하게 나가게 될 것이다. 그런 음식을 먹은 손님은 재방문율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너무 말로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소비자는 자영업자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다른 부분들도 결국 최상의 품질을 내지 못하고, 서비스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들이 손님의 재방문율에 영향을 주게 된다.
운영이 먼저여야 하는 이유_ 운영이 흔들리면 숫자도 흔들리고, 판단은 감으로 돌아간다.
경영 이야기를 하기 전에, 꼭 먼저 점검해야 할 게 있다. 이 가게가 ‘운영’부터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다. 운영이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어떤 경영 판단도 정확해지기 어렵다. 원가를 계산해도 기준이 흔들리고, 인건비를 분석해도 날마다 조건이 달라지고, 메뉴를 테스트해도 결과가 매번 다르게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는 숫자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 숫자가 가게 문제를 정확히 보여주지 않는다. 결국 경영 판단은 자꾸 감에 의존하게 되고, “이게 맞는 선택인가?”라는 확신도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경영을 고민하기 전에
항상 이 질문부터 던진다. “이 가게는 내가 하루 정도 자리를 비워도 큰 문제없이 돌아갈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선뜻 “그렇다”라고 답할 수 없다면, 지금 단계에서는 경영보다 운영을 먼저 정리해야 할 때다.
운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_ 운영은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운영을 잘한다는 건 특별한 노하우나 뛰어난 개인 능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핵심은 단순하다.
- 일이 늘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는가
- 특정 사람의 감이나 숙련도에만 의존하고 있지는 않은가
- 문제가 생겼을 때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구조인가
예를 들어,
- 오늘은 왜 음식이 늦게 나왔는지
- 특정 요일에 유독 바쁜 이유가 무엇인지
- 같은 메뉴인데 원가 차이가 왜 생기는지
이런 질문에 “그냥 바빴다”, “그날은 좀 달랐다”가 아니라, 원인을 설명할 수 있을 때, 그 가게는 운영이 정리되기 시작한 상태다. 이 단계가 되어야 비로소 매출, 원가, 인건비 같은 숫자들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의미 있는 데이터로 작동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경영 판단이 흔들리지 않게 된다.
운영이 안정되었을 때, 경영이 보이기 시작한다
운영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시선이 현장에서 구조로 이동한다. 이 시점부터 경영이 시작된다.
경영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다.
- 어떤 메뉴가 실제로 수익을 만드는가
-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 인건비와 고정비 비중은 적절한가
- 상권과 손님 유형은 현재 구조와 맞는가
- 매출이 발생하는 시간대는 언제인가
경영은 ‘더 열심히 하는 방법’이 아니라 집중해야 할 방향을 결정하는 일이다.
경영을 고민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새로운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현재 가게의 조건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것이었다.
우리 가게의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 업종: 한우 구이 전문점
- 위치: 시골 상권
- 주변 환경: 관공소 및 회사 밀집
- 주요 손님층: 회사 접대, 관공서 회식
- 매출이 집중되는 시간대: 낮 시간
이 구조를 인정하지 않으면 어떤 방향 설정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
사회적 흐름과 가게 구조를 함께 보기 시작했다. 최근 체감되는 소비 흐름은 ‘부담 없는 한 끼’, ‘명확한 가격’, ‘예측 가능한 식사’으로 소비자가 선택하기 쉬운 구조를 선호한다. 특히 낮 시간 외식은 개인 소비가 아니라 업무의 일부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흐름은 우리 가게의 시간대 구조와 맞닿아 있었다.
메뉴와 단가를 다시 설계하다
그다음 단계는 주변 상권 분석이었다. 인근 상가들의 메뉴 구성, 점심 단가, 회전 속도, 주요 고객층 이를 바탕으로 기존 소고기 구이 전문점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점심 시간대에 맞는 메뉴 구조로 방향을 조정했다. 이 선택은 감이 아니라 운영이 안정된 상태에서 가능한 경영 판단이었다.
운영 위에 올라간 경영은 결과를 바꾼다
운영 경험이 늘어서가 아니라, 경영 판단이 구조에 맞았기 때문에 메뉴와 단가를 다시 설계할 수 있었다.
운영은 생존을 가능하게 하고, 경영은 방향을 결정한다.
마무리하며
경영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운영이 무너진 상태에서 경영을 논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운영이 갖춰졌을 때 경영은 숫자로 말하고, 구조로 답을 준다.
이 글이 운영 단계에 있는 자영업자에게는 기준이 되고, 경영을 고민하는 시점에 있는 자영업자에게는 하나의 참고 자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