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분석 이후, 운영에서 가장 먼저 손본 것들
요즘 장사를 하다 보면 “경기가 안 좋아서 그렇다”는 말을 쉽게 하게 된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경기가 아니라 장사 방식 자체가 예전 그대로인 경우도 많다. 외식 소비는 줄었고, 손님은 더 까다로워졌고, 인건비와 원가는 계속 오른다. 이런 상황에서 예전 방식 그대로 버티는 건, 솔직히 말해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상권 분석을 단순히 입지나 유동 인구를 보는 일로 끝내지 않았다.
“이 상권에서, 이 가게가 지금 방식 그대로 운영해도 되는가”
이 질문부터 다시 던졌다.
상권 분석 후, 제일 먼저 본 건 ‘운영의 구멍’이었다
부모님이 30년 넘게 장사를 해오신 가게다 보니, 크게 틀린 부분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상권을 숫자와 구조로 다시 보다 보니, 운영 쪽에서 손볼 부분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한 건 ‘잘하느냐, 못하느냐’가 아니라 ‘지금 이게 꼭 필요한가?’를 하나씩 체크하는 일이었다.
필요 없다고 판단한 건, 과감하게 치웠다
오래 장사한 가게의 특징 중 하나가 물건이 많다는 거다.
- 식당 운영과 상관없는 개인 물품
- 언제 쓸지 모른다며 쌓아둔 접시
- 지금은 거의 안 쓰는 집기들
하나하나 보면 “있어도 괜찮은 것들” 같지만, 전체를 보면 동선을 막고, 정리를 어렵게 하고, 결국은 일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들이었다. 그래서 필요 없다고 판단한 건 전부 정리했다. 비워내고 나니 그제서야 보였다. 동선이 왜 불편했는지, 왜 바쁜 시간에 일이 꼬였는지. 그렇게 정리한 뒤, 메뉴에 맞게 동선을 다시 짰다.
기준은 단순했다.
“이 메뉴를 가장 빠르고, 가장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가?”
그 이후에는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도 음식 나오는 시간이 일정했고, 직원의 움직임이 최소화됐으며, 재고 관리도 훨씬 편해졌다.
단가가 높은 한우 구이 메뉴는 근처 회사 접대 수요가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감으로 책정돼 있던 가격은 원가 계산을 다시 해서 메뉴 가격과 구성을 조정했다.
반대로, 많이 나가지도 않으면서 식자재 관리만 어려운 메뉴들은 과감히 지웠다. 메뉴가 줄어드니 관리가 쉬워졌고, 운영의 피로도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한우 구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정말 단순했다.
한우 구이 + 곰탕 1개.
그런데 곰탕을 보면서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근처에 곰탕 전문점이 이미 두 곳이나 있었다. 가격, 전문성, 인식 어느 쪽에서도 경쟁력이 없었다. 지금도 메뉴에 있긴 하지만, 과연 곰탕을 먹으러 우리 가게에 올까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장사하는 입장이 아니라 손님 입장에서 보니 답이 나왔다. 곰탕 하나만으로는, 이 상권에서 식사 메뉴로 경쟁력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한우 구이만 밀고 가는 구조’였던 셈이다.
그래서 다시 상권을 봤다.
이번엔 더 현실적으로.
장사 잘되는 집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주변에서 점심시간에 유독 사람이 몰리는 집들을 유심히 봤다.
- 메뉴가 단순했고
- 주문이 빠르고
- 한 그릇으로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구조였다
심지어 줄까지 서서 먹는 집도 있었다. 그걸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는 저 점심 수요를 아예 못 가져가고 있구나.” 상권 분석을 해보니, 이 동네는 ‘비싼 걸 천천히 먹는 상권’이 아니라 점심에는 빠르고 명확한 한 끼를 원하는 상권이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그때 결론이 났다.
한우 구이는 유지하되 점심시간에는
‘간단하지만 허투루 만든 건 아닌 한 그릇 메뉴’가 필요하다.
이건 메뉴를 하나 추가하는 문제가 아니라, 가게의 역할을 확장하는 문제였다.
그렇게 해서 우리 가게도 한 그릇 메뉴 개발에 들어가게 됐다.
결론
상권 분석을 하고 나서 느낀 건 이거다.
장사는 뭘 더 할지 정하는 일보다, 지금 구조에서 뭘 고칠지 결정하는 일이 먼저다.
불필요한 걸 덜어내고, 동선을 다시 만들고, 메뉴를 줄이고, 상권에 맞게 방향을 수정하니 그제서야 다음 선택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상권 분석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기보다, 불필요한 선택을 지워주는 작업이었다.
👉 다음 글에서는
우리가 왜 ‘한 그릇 메뉴’를 만들기로 했고,
그 메뉴를 어떤 기준으로 구성했는지
메뉴 개발 과정을 솔직하게 풀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