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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분석 후, 한우전문점에서 한 그릇 메뉴를 만든 과정

by pickyboy623 2026. 2. 5.

한 그릇 메뉴를 어떻게 만들었는가_ 상권과 계절, 그리고 한우전문점이라는 조건 안에서

 

이 글은 한우전문점에서 왜, 어떤 기준으로 한 그릇 메뉴를 만들게 됐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한 그릇 메뉴를 만든다고 했을 때, 처음부터 “뭘 만들까?”를 고민하지는 않았다.

먼저 본 건 우리 가게의 구조와 한계였다. 메뉴 기획의 출발점은 ‘우리 가게 분석’이었다

우리 가게는 한우전문점이다.
이 말은 단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분명한 조건이기도 하다.

시간대별, 계절별, 모임 형태별로 보면 매출이 잘 나오는 구간은 비교적 명확했다.

 

  • 5월 가정의 달
  • 벌초 시즌, 가족 단위 단체 식사
  • 연말 단체 모임
  • 근처 골프장 영향으로 선선한 계절의 골프 손님

 

이 시기들은 공통점이 있다.

굳이 새로운 메뉴가 없어도 매출과 테이블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 외의 날들이었다.

 

답은 ‘여름’에 있었다

 

여름은 한우전문점에게 쉽지 않은 계절이다.
무더운 낮 시간에 고기를 구워 먹을 때 올라오는 열기로 피하는 손님도 늘고, 회전율도 낮다. 그로 인해 테이블이 비는 시간이 확실히 늘어났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 가게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여름에 팔 수 있는 메뉴는 없을까?”
'여름 매출을 올리자'보다, '여름에 이 가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뭘까'를 먼저 생각했다.

 

 

결론은 한 그릇 메뉴, 그리고 그 계절은 여름이었다.

 

여름에 시원하게 먹는 음식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냉면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냉면과 육회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대로는 싫었다. 하지만 냉면을 그대로 내는 건 의미가 없었다. 이미 잘하는 집도 많고, 우리 가게만의 색이 없었다.

나는 음식을 만들 때 맛만큼이나 보이는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음식은 네 가지 기준을 중요하게 본다.

  • 색감
  • 그리고 한 그릇을 다 먹었을 때 부담 없는 양

 

이 네 가지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막상 만들어보니 색이 부족했다. 뭔가 허전했다.

그때 떠올린 게 물회였다. 그래서 탄생한 메뉴, ‘육회물회’ 

  • 여러 가지 채소의 색감
  • 시원함
  • 그리고 여름에 잘 어울리는 한 그릇 구성

 

그렇게 해서 나온 메뉴가 육회물회였다. 콘셉트는 명확했다.

  • 한우전문점의 정체성을 살릴 것
  • 여름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을 것
  • 보기에도 “한 그릇 메뉴 같다”는 인상을 줄 것

 

메뉴를 정했다고 끝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육회물회는 전국적으로도 흔한 메뉴가 아니다.

몇 군데 찾아가 직접 먹어봤지만 내가 원하는 맛은 아니었다.

생선물회는 이미 보편화돼 있어서 그 육수를 그대로 써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육류와 생선류는 기본적인 향과 맛의 방향이 달랐다.
같은 육수에 넣는다고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육수부터 다시 만들었다

 

결국 답은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 안에 있었다. 우리 집에서 기존에 쓰고 있던 재료들이다.

  • 곰탕
  • 직접 담가 쓰던 매실액기스
  • 손수 만들던 무우차

 

이 재료들을 하나씩 조합해 보며 육회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육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판 육수가 아니라, 이미 우리 가게에서 쓰고 있던 재료들이라는 점이 오히려 강점이 됐다.

 

 

이 과정이 가장 오래 걸렸다_ 맛보다 더 어려웠던 건 ‘원가’

 

솔직히 말하면 맛을 잡는 것보다 더 어려웠던 건 원가였다.

곰탕도, 매실액기스도 육수에 들어가기엔 단가가 높은 재료들이다. 그래서 비율을 줄여보고 빼보기도 하고 다시 넣어보기도 하면서 맛과 원가 사이에서 계속 조율했다.
몇 번은 “이건 안 되겠다” 싶어 처음부터 다시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육회물회가 완성됐다.

 

 

한 그릇 메뉴는 ‘추가 메뉴’가 아니었다

 

이 메뉴를 만들면서 느낀 건 이거다.

 

한 그릇 메뉴는 단순히 메뉴판에 하나를 더 얹는 작업이 아니었다.

메뉴 하나를 만든 게 아니라, 비어 있던 계절 하나를 채운 느낌이었다.

점심시간의 역할을 만들고, 한우전문점이라는 이미지를 넓히는 선택 그 모든 걸 고려한 결과였다.

 

 

마무리하며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 메뉴가 잘 팔린다”를 말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메뉴는 감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상권·계절·가게 구조를 놓고 나오는 결과물이라는 걸 기록해 두고 싶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육회물회를 실제로 판매하면서 손님 반응은 어땠는지

점심 매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운영적으로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솔직하게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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