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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 메뉴 이전과 이후, 주방은 완전히 달라졌다

by pickyboy623 2026. 2. 5.

한 그릇 메뉴 이전과 이후, 주방은 완전히 달라졌다.

 

한 그릇 메뉴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전에는
지금보다 메뉴가 더 많았고, 손님 수는 많지 않았다.

단골 위주의 장사였기 때문에 음식이 나오는 속도에 대한 압박도 크지 않았다.
그날 조금 늦게 나가도, 서로 얼굴 아는 사이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주방에서는
‘얼마나 빨리 나가느냐’보다
‘그날 누가 주방에 서 있느냐’가 더 중요했다.

 

하루 판매량도,
준비 기준도,
레시피도 명확하지 않았다.

 

주방의 기준은 숫자가 아니라 오래 일한 사람의 감각이었다.

한가한 직원이 있어도 매일 하던 사람이 아니면 쉽게 도와줄 수 없었다.

 

주방은 팀이라기보다, 각자의 경험으로 버티는 구조에 가까웠다.

 

 

동선과 온도의 구역을 다시 보게 된 이유

 

한 그릇 메뉴가 메인이 되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문제가 드러난 건 온도였다.

 

주문이 몰리기 시작하면

 

육수는 생각보다 빨리 미지근해졌고
야채는 준비 과정에서 열기를 받아 숨이 죽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조리 속도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같은 레시피로 만들어도
피크타임에는 음식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그때 깨달았다.

 

문제가 맛이 아니라,

주방 안의 ‘온도의 흐름’이라는 걸.

 

 

한 그릇 메뉴는 레시피보다 먼저 환경을 통제해야 했다.

_ 이걸 늦게 깨달을 수록, 손님 수가 늘어나면 버티기 힘들어진다.

 

야채, 육회, 육수는
불과 최대한 멀리 떨어뜨렸고

 

차갑게 유지돼야 할 재료는
조리 동선과 겹치지 않게 배치했다.

 

이 구분이 생기고 나서야 여름에도 음식의 기본 형태가 유지되기 시작했다.

 

 

레시피가 생기자 주방이 팀이 됐다

 

지금은 레시피가 있다.
그리고 하루 예상 판매량도 계산한다.

그래서 점심이나 저녁 장사 중간에 부족한 재료를 가지러 나가는 일은 거의 없다.

 

주방 직원들 모두가 같은 레시피를 공유하고 있고
서로서로 도와가며 음식을 만든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레시피는
하나가 아니다.

 

그리고 이 차이가 주방을 완전히 바꿨다.

 

영업 전에 육수를 끓이는 과정은
‘요리’에 가까운 레시피다.
이건 메인 주방장이 미리 준비한다.

 

주방 벽면에 붙여 공유하는 건
손질된 야채와 완성된 육수를 계량해 담는 조리 방식에 대한 레시피다.

 

이 레시피가 생기면서
누가 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고
주방은 개인 플레이가 아니라 팀으로 움직이게 됐다.

 

 

외식 브랜드 주방에서 배운 ‘시간의 기준’

 

이 구조를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전에 일하던 아** 주방이 떠올랐다.

아**에서는 음식마다 제공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샐러드처럼 이미 손질이 끝난 메뉴는
주문 후 3~4분 안에 나가야 했고,

튀김류는 6~8분,
메인 메뉴는 12분 이내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리고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었다.
조리 시간이 짧은 음식이 무조건 먼저 나간다는 것.

 

음식이 아니어도
물 → 반찬 → 음식
이 순서 역시 하나의 약속이었다.

 

우리 가게의 한 그릇 메뉴도 구조는 비슷하다.

 

야채는 이미 손질돼 있고
면까지 포함해 테이블당 약 5분을 기준으로 잡았다.

 

이 시간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그다음부터는 모든 게 밀리기 시작한다.

 

 

피크타임에 흐름이 무너질 때 생기는 일

 

피크타임에 테이블이 차는 과정에서 음식이 잘못 나가면
홀에서 주방으로 다시 이야기가 들어온다.

 

음식을 새로 만들어야 하고
그 순간부터 다음 주문의 시간은 점점 늦어진다.

 

손님은 오래 기다리게 되고
차가워야 할 음식은 미지근해지며
음식의 인상은 급격히 나빠진다.

 

이래서 중요한 건
‘빠르게’가 아니라
‘늘 일정하게’ 제공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 가게는 부모님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보니
내가 아**에서 일하던 방식 그대로 움직이면
업무 형태가 달라 오히려 꼬이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더더욱 시간과 순서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했다.

 

 

마무리하며_ 한 그릇 메뉴는 아이디어로 시작하지만 운영으로 완성된다.

 

맛이 좋아도 동선이 무너지면 버틸 수 없고,

많이 팔려도 온도와 시간이 흔들리면
음식의 신뢰는 금방 깨진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확실히 느낀 건
장사는 메뉴를 파는 일이 아니라
공간과 흐름, 그리고 시간을 설계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다음 글에서는
한 그릇 메뉴를 쉽게 보고 시작했다가
운영이 무너졌던 경험,
그리고 지금이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들에 대해
조금 솔직하게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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