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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 메뉴 하나로 여름 장사를 다시 만들다

by pickyboy623 2026. 2. 5.

한 그릇 메뉴 하나로 여름 장사를 다시 만들다_ 한 그릇 메뉴를 팔아보니 생긴 변화들

 

요즘 자영업 환경을 보면, 단순히 “맛있다”는 이유만으로 손님이 찾아오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생각이 든다. 경기는 쉽게 살아나지 않고, 외식 횟수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손님들은 훨씬 더 빠르게 판단한다. 그리고 그 판단은 생각보다 아주 단순한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 음식이 어떻게 보이느냐’다.

 

'맛은 입으로 느끼지만, 선택은 눈으로 먼저 이뤄진다.'

 

SNS가 일상이 된 지금은 음식을 먹기 전에 사진부터 찍는다. 맛을 느끼기 전, 이미 눈으로 한 번 평가가 끝난다. 그래서 이 메뉴를 만들 때부터 계속 고민했다.

 

  • 어떻게 하면 더 맛있어 보일까.
  • 사진으로 찍었을 때 밋밋하지는 않을까.
  • 한눈에 특징이 보일까.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사진으로 공유될 수 있는 메뉴를 만들고 싶었다. 색감에 신경 쓰고, 그릇 안에서 시선이 머무는 포인트를 만들려고 했다. 이건 홍보를 잘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지금 시대에 음식이 소비되는 방식을 고려한 선택에 가까웠다.

이 방향이 정해지니 홍보 방식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메뉴 사진을 올렸고, 네이버 블로그 체험단도 활용했다.

요즘은 블로그와 인스타를 함께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한 번 노출되면 두 채널에서 동시에 효과가 나는 경우도 많았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메뉴의 특징이 잘 보이기만 하면 반응은 분명히 나타났다.

 

 

그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체감됐다.

 

원래 우리 가게의 손님 반경은 차로 5분 이내였다. 거의 동네 장사에 가까운 구조였다. 그런데 “이 메뉴 먹으러 왔다”는 손님들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차로 15분 거리에서도 손님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상권이 바뀐 건 아니었지만, 메뉴 하나가 상권의 범위를 넓혀준 느낌이었다.

 

점심 매출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다만 첫 해에는 솔직히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홍보에 대한 개념도 부족했고, 노출 자체가 거의 없었다. 메뉴는 만들어졌지만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였다.

 

하지만 2년 차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육회 물회를 찾는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고, 점심 시간 주문의 상당 부분이 해당 메뉴로 몰리기 시작했다.

 

물론 변화에는 장단점이 있었다.

 

기존에는 단가가 높은 고기 메뉴가 중심이었다면, 물회는 상대적으로 객단가가 낮아졌다.

대신 물회라는 음식의 특성상 먹는 시간이 짧고, 회전률이 높았다.

점심시간에 특히 이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한 테이블이 오래 머무르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회전이 빨라졌고, 그만큼 전체 매출 구조가 달라졌다.

 

실제 주문 패턴을 보면 변화는 더 명확했다.

 

우리 가게는 원래 점심 식사 메뉴가 곰탕 하나뿐이었고, 여름에는 따뜻한 음식을 찾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 주문의 90% 이상이 육회 물회로 통일되는 날도 많아졌다.

 

“점심에 뭐 먹을지 고민하다가 그냥 이거 먹으러 왔다”는 말도 종종 들렸다.

 

메뉴 하나가 점심 선택지를 단순하게 만들어준 셈이다.

 

손님 반응은 처음부터 호불호가 분명했다

 

육회 자체가 생고기다 보니 거부감을 느끼는 손님도 있었고, “육회로 무슨 물회냐”는 반응도 있었다.

 

반대로 한 번 먹어보고 계속 찾는 손님도 생겼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중요했던 건, 모든 의견에 즉각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이미 방향을 정해놓은 상태였고, 데이터가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그 결과는 숫자로 증명됐다.

 

크게 바꾸지 않고 처음 만든 형태 그대로 운영을 이어갔고, 그해 여름은 30년 가게 운영 중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메뉴 하나가 단순히 매출을 올린 게 아니라, 여름이라는 비수기의 구조 자체를 바꿔줬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과정이 마냥 순탄했던 건 아니다.

운영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도 있었고, 손봐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다만 그 이야기는 결과를 먼저 이야기한 지금보다,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고 무엇을 포기했는지를 설명할 때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판단과 수정의 과정은 다음 글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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